오늘 팩트맨은 창경궁에서 시작합니다.
고궁에는 자연이 잘 보존돼 있어서 동물들이 서식지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요.
그런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창경궁에 살던 원앙이 고양이에게 잡아먹혀 자취를 감췄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.
근거가 있는 얘기인지 스튜디오로 옮겨 알아봅니다.
이 글의 핵심은 천연기념물 원앙의 개체 수가 고양이의 공격 때문에 줄었다는 건데요.
하지만 창경궁 관리소에선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입니다.
최근 원앙이 안 보이는 건 맞지만, 원앙 서식지인 '춘당지'라는 연못이 혹한에 얼어버리면서 인근 숲으로 옮겨간 것 같다는 겁니다.
원앙은 원래 봄에 한반도에 왔다가 겨울엔 남쪽으로 떠나는 철새인데요.
창경궁은 서식 환경이 좋다 보니 1989년 두 마리였던 원앙이 현재는 100여 마리까지 늘어 궁 근처에 텃새처럼 머물고 있습니다.
과거 원앙 수가 적었을 땐 까치와 영역 다툼을 벌이다 쫓겨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숫자가 늘어 그런 일도 없다고 합니다.
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자원봉사자, 이른바 '캣맘' 때문에 창경궁의 고양이 수가 급증했다는 글도 등장했는데요.
궁 관리소에선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합니다.
[창경궁 관리소 관계자]
"(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돕는) 시민단체 분들이신데요. 수술을 하고 나면은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먹이를 좀 줘야 하거든요."
팩트맨이 중성화 수술을 도운 자원봉사자에게 연락해봤습니다.
고양이들은 원앙 서식지에서 100m쯤 떨어진 정자 주변에 주로 서식하는데, 이 구역을 벗어나는 일이 드물다는 설명입니다.
또 번식을 막는 중성화 수술을 받으면 공격성도 줄어 원앙을 해칠 가능성 낮다고 합니다.
천연기념물을 잡아먹는 길고양이 이미지.
결국 길고양이 혐오가 낳은 편견으로 보입니다.
팩트맨이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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연출·편집 : 황진선 PD
구성 : 임지혜 작가
영상취재 : 권재우
그래픽 : 장태민 성정우 디자이너
정현우 기자 edge@donga.com